[기획 연재] 2회. 노동자들에게 따라 붙는 십자가 '손배'를 누가 거둘 수 있는가_유금분

20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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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에게 따라 붙는 십자가 '손배'를 누가 거둘 수 있는가

[공개법정] 노동자들을 숨막히게 하는 손배 가압류

유금분 서울감정노동센터 심리상담팀장

2021.11.18.





최근 국가정보원의 자체 조사결과 등을 통해 국정원, 고용노동부 등이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의 조직과 운영에 개입해, 노조 파괴 공작을 벌인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공소시효 등 법적 한계로 노동자들이 피해 여부를 법적으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시민모임 '손잡고'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은 오는 11월 20일, 21일 양일간 개최될 '공개법정'이라는 사회적 재판을 여는 이유다.

사회적 재판인 '공개법정'은 노동조합 파괴 공작과 손해배상 가압류 문제의 책임 주체가 누구인지, 피해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자리다. <프레시안>은 '공개법정'이 필요한 이유와 더불어 노조파괴가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법적으로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연재를 진행한다.

노동자 심리상담으로 노동자들을 만난지 10년이다. 처음 노동자 상담을 시작하던 때에는 직장폐쇄, 구조조정, 노조파괴라는 말이 어마무시하게 느껴지고 그 무게는 내게 90년대 많은 이들이 죽어가던 시기의 암울함과 같은 무게로 다가왔다. 사회 안에서 당당하게 일을 하고 부러움 없이 가족들과 평화로운 삶을 살던 이들이 초점이 흔들리는 눈빛이거나 분노에 찬 눈빛이거나 두려워하는 눈빛으로 불안정한 삶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노조파괴, 손배가압류였다. 대체 손배가압류라는게 어떤 것이길래 얼마나 거대한 것이길래 당당하던 이들을 이토록 숨 막히게 하는 것일까 궁금했다.

노조활동을 열심히 하던 이들에게 붙는 딱지 손배가압류. 노동자들에게는 1도 도움이 안 되고 노동자들을 억압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인 손배가압류는 전형적인 기업을 위한 수단이다. 노조탄압의 수단으로 쓰이던 직장폐쇄보다 더 악질적으로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렇게 노동자들을 괴롭혀온 노조파괴와 손배가 이번에 재판을 받는다고 한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손배를 만들고 이용한 주체들이 재판을 받는 것이다. 이번 11월 20일, 21일 손잡고가 진행하는 공개법정에서 노조파괴와 손배가압류를 허용하는 대한민국, 노조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현대자동차, 노조파괴의 대표적 인물인 창조컨설팅 심종두가 피고로 재판을 받는다. 그동안 여러 재판들에서 이들의 죄가 인정되었지만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노조파괴와 손배가압류가 어떻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고 그 가족들의 삶을 망가뜨리는지 다시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국회가 계속 미루고 있는 손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커다란 심리적 외상을 입게 되면 우리는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트라우마는 노동자 심리상담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는 단어이기도 하다. 회사가 노조탄압의 수단으로 직장폐쇄, 구조조정을 하거나 해서 해고와 손배가압류를 경험하게 된 당사자와 가족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들이 속해있던 사회 안에서 밖으로 밀려난 느낌은 다른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 그 자체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안전지대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버려진 충격을 감당할 개인은 없다. 그것은 고스란히 트라우마로 자리잡았고 개인이 망가지고 가족이 해체되고 그 상황을 품고 해결할 수 없는 지역이 흔들리는 상황이 연달아 만들어졌다. 이번에 공개법정에 증인과 원고로 나오는 쌍용차가 그러했고 유성이 그러했고 KEC가 그러했고 그 밖에 많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그러해왔다.

인간에게 트라우마는 온전히 치유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내담자들과 만날 때마다 되짚어보게 되는 물음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들로 인해 우울, 불안, 공황장애 등 다양한 심리적 고통, 트라우마 상황에 머물러 있는 이들에게 이제는 거기서 나와서 뚜벅뚜벅 네 길을 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의 눈에 보이는 수많은 땅꺼짐들을 모른 체 하고 거짓으로 환상을 심어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담장면에서 만나게 되는 노동자들의 자신보다는 가족을 조합을 지역을 사회를 이롭게 하고자 하는 마음들이 노조파괴, 직장폐쇄, 손배가압류라는 재앙을 가지고 왔을 때 그들이 느끼는 배신감, 분노, 피해의식은 온전히 회사가 국가가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몫으로 남는다. 안전함을 느끼게 하는 사회구조와 지원체계가 아니고서는 노동자들의 상처를 보듬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안고 있는 트라우마의 치유는 아니더라도 고통을 나누려고 하거나 이해하려는 노력들은 개인보다 큰 사회구조 안에서 가능한 일이다. 적어도 노동자들이 안고 있는 트라우마에서는 그러하다.

이번에 열리는 공개법정에서 그러한 것들이 충분히 다뤄지고 기업과 사회와 국가가 손배를 없애고 평온을 찾아가는 길에 함께 나서기를 바란다.


원문 보기 :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111809224226478?utm_source=naver&utm_medium=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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